이달의 여성감독.

이달의 여성감독 ▶ 2026년 4월 <조현진 감독> 인터뷰 전문


¡Olé! 개봉 당일, 번개처럼 달려온 우리에게 현진 감독은 유쾌한 여성 영화를 선물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극장 문을 나서도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다. 좁은 공간에서 정열적으로 춤추는 댄서의 땀방울을 맞고, 감독은 플라멩코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 리듬을 닮은 그의 영화는, 우리를 같은 열정 속으로 이끈다. 서로를 이해하고, 그 곁에 서게 되는 이야기까지도. 공교롭게 귀갓길마저 같았던 우리는, 마치 우리의 수다로 지하철을 운행하듯 웃고 떠들었다. 때로는 ‘국희’ 같다가도, 때로는 ‘연경’ 같은 현진 감독을 보고있자니, 이 곳 7호선마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졌다.

 … ¿Bailamos?


글, 기록 / 정세희

인터뷰어, 사진 / 정세희, 염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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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장에서 <매드 댄스 오피스>를 보는데, 옆자리에 중년 여성 관객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았다. 덩달아 눈물을 훔치면서도 기쁜 감정이 들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극장으로 이끈 영화가 이렇게 공개되기까지,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A. 2020년 첫 초고를 작성하였고, 경기 콘텐츠진흥원 시나리오 부문에서 수상했다. 당시는 아직 20년대 초반이라 그런지, “중년 여성이 춤추는 얘기를 누가 보겠느냐” 라는 여론이었다. 주인공을 20대 남녀로 바꾸고, 스텝업 스타일의 로맨스 코미디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플라멩코라는 알려지지 않은 장르 대신, 스트릿 댄스로 바꾸길 원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급하게 브레이킹 댄스도 배우러 다니고 프리즈도 연습하고 그랬었다. (웃음) 어떻게든 영화화 하려는 방법을 찾았다.

약 2년간 수정 작업을 이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잃었다.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제작비 부담이 크고, 당시에는 코로나 시기이기도 해 안정적인 흥행 요소를 요구받는 분위기였다. 상업적 톤을 갖추기 위해 방향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야기가 힘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정말 재미없는 이야기를 썼구나’하고 절망하던 차에,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 다시 지원했다. 그때는 반응이 이전과 달랐다. 초기에 썼던 중년 여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설마 이거… 지금 재밌는 건가?’ 하는 설렘과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한 걸수도, 혹은 더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찾은 걸 수도 있겠다. 과거에는 ‘국희’, ‘연경’, ‘해리’ 중 한명을 남성으로 바꿀 수 없냐는 제안이 많았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가장 익숙해하는 풍경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피치 앤 캐치 지원사업에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라는 반응이었다. 이 지점이 가장 큰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피칭 준비 과정에서는 염혜란 배우를 가상캐스팅하여, 참고영상을 만들었다. 출연작의 장면들을 재구성해, ‘국희’ 캐릭터의 스케치 영상을 만들어냈다. 여담이지만, 실제 캐스팅 제안을 할 때도, 그 영상을 함께 보내드렸다. 내심 선배님께서 불쾌하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캐스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Q. 앞서 스텝업 버전 원고를 언급하며, 브레이킹 댄스를 배웠다고 했다. 현재 감독님이 플라멩코에 푹 빠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작업을 계기로 춤에 빠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관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영화에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A. 플라멩코를 너무 사랑해서 시작된 영화이다. 당시에는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이야기도 더 잘 살아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스트릿 댄스를 접목해보라는 제안을 듣고는, ‘그럼… 그것도 배워야 그 재미를 알겠다’ 하는 마음으로 배웠다. (웃음)

플라멩코는 스페인에서 처음 보고 곧바로 매료되었다. 좁은 공간, 관객과 거의 맞닿을 거리에서 춤을 추는데, 댄서들이 정말 박력! 하나로 춤을 춘다. 어떤 선의 아름다움보다는, 정말 강한 에너지를 받았다. 댄서의 땀방울도 앞사람에게 막 튀고 그런다. 원래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춤을 배워야겠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렇게 처음 배운 춤이 플라멩코인데, 제 성미랑 너무 잘 맞더라.


Q. 학원 좀 추천해달라!!


A. 합정 라스플라미아. 그런데, 지난번 응원번개때도 모두들 학원이름을 받아적어 가더니,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기다리고 있겠다…

매드댄스오피스 스틸컷

<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


Q. 이토록 플라멩코를 애정하는 감독이, 어떻게 스텝업을 하겠느냐. (웃음) 정열적인 춤을 추는 ‘국희’와 ‘연경’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설정 역시 상반된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직업군 가운데, 공무원 사회를 배경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품위 유지가 중요하다 보니, 공무원 오피스가 춤이 가장 금기시 되는 공간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국희가 춤으로 부수었을 때 가장 생경하고 통쾌한 광경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평소에 매체에 나오는 ‘전시행정’ 영상들을 재밌게 보고는 했는데 목적을 알 수 없이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 모습들에서 코미디와 더불어 한국인의 애환을 발견하고 싶었다. 동시에,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의도도 있다.


Q. 공직 사회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A. 주변을 수소문해, 9급부터 3급까지 다양한 직급의 공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테면, ‘연경’의 고라니 사체 운반, 장마 수습 등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특히 우울증 약 복용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문제를 겪은 사례에서, ‘연경’ 에피소드로 이어지기도 했다. 품위와 정상성에 민감한 직업군이면서도, 가장 자유로운 춤을 보여준다는 아이러니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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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


Q. 영화를 보며 ‘국희’ 와 ‘연경’, 해리’ 모두에게 이입이 되었다. 감독 스스로 가장 닮았다고 느끼는 인물이 있는지, 혹은 주변에서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국희’와 ‘연경’을 반반씩 닮은 것 같다.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은 내가 ‘국희’에 가깝다고 말한다. 계획적으로 하루를 운영하고, 정해둔 루틴을 지키려는 성향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감사 일기를 쓰고, 하루 일과를 보낸 뒤 작업 시간을 정해두는 식이다. 몸이 힘들어도 그 리듬을 유지하려는 면이 있어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ㅡ 완전 FM 같다. 조금 멀어진다.) 다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불안함에서 비롯된 습관일 수도 있다. 

반면 현장에서의 스태프와 배우들은 내게 ‘연경’과 똑닮았다고 하더라. 더 잘 해내기 위해 애쓰고 버티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플라멩코를 배우며 ‘연경’과 닮은 지점을 체감하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런 점에서 두 인물 모두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Q. ‘국희’와 ‘연경’이 각기 다른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감독은 어느 쪽에 더 이입했는지?


A. 사실 ‘연경’ 세대에 엄청나게 이입했다. 기획은 ‘국희’에서 출발했지만, 작업을 이어가며 ‘국희’가 ‘연경’의 미래이고, ‘연경’이 ‘국희’의 과거처럼 느껴졌다. 20~30대를 지나오며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다. 늘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 하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더 노력하면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붙잡기도 한다.러다보니… ‘브레이크 댄스를 배워보면 이게 해결이 될까?’ (웃음) 그랬던 것 같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 혹시 내가 최선을 덜 했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도 주변에 많고 그렇지 않느냐. 그런 우리에게 이해와 응원을 건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를 ‘국희’가 현재의 우리(‘연경’)를 좀 다독이고, 어떤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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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


Q. 캐스팅에 있어 주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아무래도 모두가 선망하는 배우진과 작업하지 않았느냐? (웃음)


A. 캐스팅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정말 성덕(성공한 덕후)이라 말할 수 있다. 염혜란 배우에 대한 갈망은 가상캐스팅 영상 일화에서 느끼셨을 것이다. 최성은 배우의 경우, 출연했던 장편영화 <십개월의 미래>를 너무 좋아한다. 최성은 배우가 선보인 생활 연기의 결이 너무 좋았고, 연기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기 시나리오 단계때 주변에서 ‘연경’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소 공중에 떠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붙잡아줄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물로 최성은 배우를 떠올렸다. 어떤 작품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는 배우라는 확신이 있었다. 최성은 배우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왜 이 작품이 자신에게 왔는지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배우를 알아갈수록 드러나는 섬세하고 귀여운 면들이 ‘연경’에 꼭 알맞다고 판단했다.

또 성은 배우가 평소에도 혜란 선배를 애정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이 작품 속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영화 내에서 그 감정선이 잘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Q. 아잇, 들으면 들을수록 더 부러워진다. (웃음) 배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디렉팅 스타일이 궁금하다. 배우마다 작업 방식이 조금씩 다를 텐데, 어떻게 합을 맞춰 나갔는지 알고 싶다.


A. 배우들에게 많이 믿고 맡기는 편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 배우들이 함께했기에,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촬영 전부터 캐릭터를 깊이 연구해오거나, 장면을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해주기도 했다. 배우는 그 자체로 아티스트기에, 그들의 고민을 듣는 과정에서 장면이 훨씬 풍성해졌다. 특히 이번 영화는 사전 리딩이 아주 중요했다. 배우들이 선뜻 적극적으로 리딩에 임해준 덕분에 다같이 시나리오를 펼쳐놓고, 얘기할 시간이 많아 참 좋았다. 

영화에 사이코드라마 형식의 장면이 등장한다. 평소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다 보니, 극적인 형식으로 전환되는 연출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다만 관객에게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국희’가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 만큼, 그 장면에서는 연극적 설정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런데 염혜란 선배가 “연극적인 게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이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도입부는 낯설게 시작하다가도 인물이 점점 몰입할수록, 점점 진심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방향 설정을 하고나니 장면이 훨씬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그렇게 배우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 자체가 정말 소중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특히 염혜란 배우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작품 안팎에서 큰 지지와 힘이 되어주었다. 촬영이 끝난 뒤 받은 메시지 또한 큰 위로로 남았다. 오랜 시간 세상에 꺼내고 싶어 부단히 애썼던 ‘국희’라는 인물로부터 직접 위로를 건네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정말… 짱이다! 여러분들도 꼭 염혜란 배우와 함께 작업하셔야한다. (ㅡ 저희도 당연 함께 하고싶습니다. 할 수 있어야 하지요! 어리둥절,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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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컷


Q. 사이코 드라마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씬에서 관객 반응이 다소 나뉘는 것 같다. 


A. 맞다. 해당 장면은 웃음을 의도한 것이 아닌데, 예상과 달리 간혹 웃었다는 반응이 있더라. 아마 뮤지컬적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GV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왜 옥상이란 공간을 사이코드라마 형식에 이용했냐는 것이었다. <매드 댄스 오피스> 이전의 단편 작업들에도 옥상 공간을 자주 이용해왔다. 옥상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대화가 끝나기 전까지 서로 마주할 수밖에 없고, 결국 진심을 드러내게 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옥상을 일종의 연극적 무대로 생각하고 쓰게 되는 것 같다.


Q. 첫 장편 연출 현장에서 느낀 점도 궁금하다. 특히 여성 신인 감독으로서, 연출 외적인 리더십이나 설득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는지? 그동안 작업들을 계속 해왔지만, 이번 현장에서 새로이 느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A. 글쎄. 내가 잘했는지 모르겠어서, 말하기 쑥쓰럽다. (웃음) 다만 하나 분명했던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을 설득하고 믿음을 얻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다. 특히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그 어려움을 크게 느꼈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신뢰를 얻기 위해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다. 나보다 경험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들으며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첫 전체 리딩이었다. 겨냥한 웃음 포인트에서 반응이 터지면서, 작품에 대한 확신이 팀 안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촬영이 진행되며 모니터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가 생생히 합을 맞춰가자, 신뢰도 점차 쌓였다. 말로 설명하던 단계와는 달리, 실제 결과물이 생기면서 설득의 힘이 달라졌다.

결국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염혜란 배우의 신뢰는 큰 힘이 되었고, 함께 작업해온 스태프들 역시 중요한 지지가 되었다. 다만 만약 그런 조력자가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럴수록 스스로 증명해나가면 된다. 현장의 모든 이가 다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각자 모두가 대단한 것을 만들러 온 사람들이기에, 그 시너지의 총합으로 더 큰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고,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태도다.


Q. 이번 작업을 통해, 개운한 성취감과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 작업에서 보완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장편 작업을 준비하는 여성 감독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듣고싶다.


A. 충분한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이지 중요하다고 느꼈다!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뮤지컬 장르를 고려하면, 춤 촬영을 별도로 분리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댄스 필름의 경우 프로 무용수라 하더라도 기술적인 NG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배우들과 무용수들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고, 다음 작업에서는 그런 제반을 더 보강하겠다는 다짐이다.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방향과 다른 방향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마라!” 는 것이다. 때로는 유연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집이 필요하지만, 그 균형을 잡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는 깊이 소통하되, 모든 의견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제로 이전에는 이 이야기를 끝까지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컸지만, 방향성이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Q. 전작 시놉시스를 참고해보니, 일상적인 세계에 작은 판타지가 더해진 듯한 다정한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매드 댄스 오피스>를 판타지로 보기는 어렵지만, 코미디와 플라멩코라는 장르가 결합되며 일상에서 한 발 벗어난 느낌을 준다. 감독이 지향하는 영화의 결이 이러한 방향인지, 또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A. 단편 <옥상 탈출>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여고생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는 이야기이고, 단편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는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인물이 병원에서 탭댄스를 멈출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매드 댄스 오피스> 역시 삶이 더 나아질 수 없다고 믿던 두 인물이 서로를 만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영화 안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방식은 가능한 한 유쾌했으면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에, 코미디로 그것을 견디고 싶다. 때로는 미운 사람을 두고 우스운 상상을 하거나, 슬랩스틱처럼 넘어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유머로 세상을 버텨낼 수 있는 이야기, 그런 영화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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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미디! 맞다. 비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좀 웃으면서 해야 나은 것 같다. (웃음) 그런데, 코미디가 너무 어렵지 않느냐. 대본에서의 웃음과 연출에서의 웃음은 또 다르지 않나.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면 일종의 확신이 생기기도 하는지 궁금하다.


A. 웃음 포인트는 정말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극장에 관객들이 얼마나 차 있는지, 평균 연령대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웃는 타이밍이 천차만별이었다. 촬영 과정이나 후반 작업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웃음의 지점이 달라 서로 의아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일정 부분은 감으로 밀고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시도를 해두고, 그중 일부가 관객에게 닿기를 기대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를테면 열 개를 넣으면 세 개 정도는 웃겠지 하는 마음이다. (웃음) 실제로 시사 당시에는 반응이 애매했던 장면들도 관객들에게는 늘 웃음이 보장되던 구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냥 뚝심있게 밀고나가서 그 부분을 살려야하는 것이다. (웃음) 타율을 높이려면 많이 넣어야돼!


Q. <매드 댄스 오피스> 작업 외에 최근 진행 중인 작업이 있는지? 현실적인 경제활동은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A. 현재는 드라마 대본 작업을 진행중이다. 영화 촬영 기간 동안에는 계약금으로 생활했고, 그 전에는 영화 입시 관련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일상을 루틴화해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계획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된 것 같다. 


Q. 개봉 첫 날,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라고 외치셨는데, 지금의 기분은 또 어떠한지 궁금하다. 


A. 처음 시나리오를 기획할 때부터 제작 과정 내내, 가장 큰 두려움은 ‘이 이야기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냈는데도 아무 의미로 남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리뷰를 찾아보고, 무대인사에서 직접 감상을 전해 듣다 보면 아주 깊숙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 시간 품어온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특히 두 부류의 관객이 가장 인상적이다. 중년 여성이 노년의 어머니와 함께 극장을 찾는 모습에서, 이들이 내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발걸음해주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다. 또 하나는 동년배 관객들이다.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며, “슬프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전해줄 때다. 그 순간, 나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면서 잘 살고 있네, 하는 마음이 든다.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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